고은사진미술관+ KT&G 상상마당

제 11회 KT&G SKOPF 올해의 작가전

고성, 김승구, 정정호

2019-11-30 - 2020-02-19

ⓒ 고성, 그림자들 헤아리다 지문이 거멓다 oss2214, Archival Pigment Print on Mulberry Paper, 100cm x 67cm, 2017
ⓒ 고성, 그림자들 헤아리다 지문이 거멓다 oss2214, Archival Pigment Print on Mulberry Paper, 100cm x 67cm, 2017


 

고은사진미술관은 2012년부터 KT&G 상상마당과 연계하여 사진의 정통성을 기반으로 작업의 완성도와 실험정신을 갖춘 신진작가를 발굴 · 지원하는 연례 기획전을 개최해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사진의 새로운 미래와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고은사진미술관과 KT&G SKOPF(KT&G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지원프로그램)가 미래의 한국사진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작가들과 만나고 소통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이다. 이번 전시는 제11 KT&G SKOPF에서올해의 최종작가로 선정된 김승구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고성과 정정호가 참여한다.

 

고성의 〈그림자들 헤아리다 지문이 거멓다〉에서 주목할 것은 작업 전반을 지배하는 시적 분위기이다. 시간이 지나도 어떠한 느낌이 지속된다면 그 감정은 분위기, 즉 일종의 무드가 된다. 한지로 표현된 쓸쓸하고 차갑고 건조한, 그리고 무겁게 내려앉은 고요함의 세계. 그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모든 것에 앞서 침묵이 존재했고, 그 뒤를 따라 숲이 느리게 느리게 생겨난 듯하다. 나뭇가지와 갈대는 그 침묵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검은 선과 같고, 숲을 가득 채운 그 모든 것들은 침묵만이 아니라 작가 자신마저도 덮어버린다. 고성이 가을과 겨울을 지나며 담아낸 강원도 원주의 숲은 그 안의 대상들을 침묵에서 꺼내올 뿐만 아니라 그것들이 도로 사라질 수 있는 침묵을 만들어낸다. 그는 실제 경험이 어떻게 장소라는 감각에 고정되는지를 탐색한다. 자연 속에서 마치 깨달음을 구하는 구도자의 모습으로 말이다. 고성의 작업이 그러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짙은 남색의 공간으로 구성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곳에서 우리는 작가의 내레이션과 함께 원주의 숲으로 들어간다. 장소와의 교감에서 드러나는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특수성은 고성의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가장 좋은 이야기는 어쩌면 관객 각자가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작가가 숨겨놓고 간 실마리를 통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 아닐까?   

김승구의 〈밤섬〉은 장소와 시간을 다루면서, 우리가 사는 곳과 사는 방식을 바꾸어 놓는 보다 큰 흐름과 발전에 집중한다. 1968년 여의도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주민을 강제 이주시킨 뒤 폭파된 밤섬은 50여년이 지난 후 퇴적작용에 의해 기존 크기의 6배로 커지면서 복원된 특별한 장소이다. 도시 풍경을 사회적, 문화적 관점에서 탐구해온 김승구는 긴 시간 공을 들여 1999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밤섬을 2011년부터 촬영해왔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놀라운 복원력을 보여주는 자연의 힘, “인간이 파괴하고 자연이 복원한이 섬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각별하다. 그 어떤 꾸밈이나 장치도 없이 있는 그대로 대상과 마주하는 그의 대형 카메라는 밤섬의 사계절을 매혹적으로 포착한다. 밤섬은 자체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실재로서의 장소였고, 김승구는 그러한 밤섬의 존재를 사진을 통해 그대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인간의 흔적이 거의 사라져버린 상태의 자연에서부터 그 자연 너머 멀리 보이는 도시의 경관에까지 이른다. 동시대의 관점이라는 맥락에서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를 함께 보여주고자 하는 그의 시도는 과거가 현재와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를 제시하는 하나의 지표이다. 전시장에 구성된 아카이브 역시 밤섬의 역사가 어떠한 방식으로 시각화 되어왔는지, 그것은 사진적 재현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정호의 〈코인시던스〉는 시간의 구조를 파편화하고, 이미지들의 중첩을 통해 개인사와 과거의 기록 등 다양한 원천에서 수집한 요소를 하나의 내러티브로 엮어낸다. 사진 매체의 형식과 물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정정호의 이번 작업은 한국전쟁에서 전쟁 노무자로 종사하다 세상을 떠난 자신의 할아버지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정정호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시간을 재현하는 전략은 자료를 조사하고, 그것을 토대로 발견한 유사한 재료들을 전유하고 재구축하는 브리콜라주이다. 민간인으로서 전쟁에 참여했던 할아버지의 흔적을 쫓으며 수집한 탄피와 나뭇가지와 바위 조각 등은 쌓고 만들고 사진 찍는 여러 행위를 통해 과거를 현재 속에서 떠오르게 한다. 시간과 기억, 그리고 역사를 환기시키기 위해 수집된 자료가 반드시 그 당시의 것일 필요는 없다. 그는 오래된 발굴 대상처럼 보이도록 구성한 장치를 통해 과거를 소환한다. 유물은 기억과 회상을 환기시키는 힘을 지니지만, 그 자체로 역사를 기억하는 과정이 완결되지는 않는다. 그가 찾고 싶은 사라진, 혹은 망각된 작은 역사는 낯선 사물들이 비로소 그의 손을 거쳐 의미를 가진 오브제가 되면서 새롭게 완성된다. 사진 속 오브제들은 숨겨진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일종의 기호로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묻힐 뻔한 한 개인의 역사는 정정호의 예술적 비전 안에서 파편적이지만, 놀라운 방식으로 스스로를 드러낸다

11 KT&G SKOPF 올해의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매체로서의 사진을 탐구하면서, 동시대 사진의 경향을 탁월하게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이 세 작가들이 사진 매체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하는지를 살펴보면서, 각자 자신만의 방법론과 시선의 균형을 유지하는 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고은사진미술관

 

 

 

  • ⓒ 고성, 그림자들 헤아리다 지문이 거멓다 oss2628, Archival Pigment Print on Mulberry Paper, 100cm x 67cm, 2017

    ⓒ 고성, 그림자들 헤아리다 지문이 거멓다 oss2628, Archival Pigment Print on Mulberry Paper, 100cm x 67cm, 2017

  • ⓒ 고성, 그림자들 헤아리다 지문이 거멓다 oss7543, Archival Pigment Print on Mulberry Paper, 100cm x 67cm, 2018,

    ⓒ 고성, 그림자들 헤아리다 지문이 거멓다 oss7543, Archival Pigment Print on Mulberry Paper, 100cm x 67cm, 2018,

  • ⓒ 고성, 그림자들 헤아리다 지문이 거멓다 oss8140, Archival Pigment Print on Mulberry Paper, 100cm x 67cm, 2018

    ⓒ 고성, 그림자들 헤아리다 지문이 거멓다 oss8140, Archival Pigment Print on Mulberry Paper, 100cm x 67cm, 2018

  • ⓒ 고성, 그림자들 헤아리다 지문이 거멓다oss2395, Archival Pigment Print on Mulberry Paper, 150cm x 100cm, 2017

    ⓒ 고성, 그림자들 헤아리다 지문이 거멓다oss2395, Archival Pigment Print on Mulberry Paper, 150cm x 100cm, 2017

  • ⓒ 김승구, 밤섬 001, Pigment Print, 40cm x 50cm, 2011

    ⓒ 김승구, 밤섬 001, Pigment Print, 40cm x 50cm, 2011

  • ⓒ 김승구, 밤섬 090, Pigment Print, 80cm x 100cm, 2018

    ⓒ 김승구, 밤섬 090, Pigment Print, 80cm x 100cm, 2018

  • ⓒ 김승구, 밤섬 100,  Pigment Print, 150cm x 840cm, 2018

    ⓒ 김승구, 밤섬 100, Pigment Print, 150cm x 840cm, 2018

  • ⓒ 김승구, 밤섬 105, Pigment Print, 40cm x 50cm, 2018

    ⓒ 김승구, 밤섬 105, Pigment Print, 40cm x 50cm, 2018

  • ⓒ 김승구, 밤섬 145, Pigment Print, 40cm x 50cm, 2018

    ⓒ 김승구, 밤섬 145, Pigment Print, 40cm x 50cm, 2018

  • ⓒ 정정호, Floating-Body, Archival, Pigment Print, 100x80cm,  2018

    ⓒ 정정호, Floating-Body, Archival, Pigment Print, 100x80cm, 2018

  • ⓒ 정정호, Meaningless Tower, Archival Pigment Print, 138x110cm, 2018

    ⓒ 정정호, Meaningless Tower, Archival Pigment Print, 138x110cm, 2018

  • ⓒ 정정호, Phobia,  Archival Pigment Print, 80x100cm, 2018

    ⓒ 정정호, Phobia, Archival Pigment Print, 80x100cm, 2018

  • ⓒ 정정호, Standing with 3 feet, Archival Pigment Print,  80x100cm, 2018

    ⓒ 정정호, Standing with 3 feet, Archival Pigment Print, 80x100cm, 2018

  • ⓒ 정정호, Summertime in 1952, Archival Pigment Print,  138x110cm, 2018

    ⓒ 정정호, Summertime in 1952, Archival Pigment Print, 138x110cm, 2018

  • ⓒ 고성, 그림자들 헤아리다 지문이 거멓다 oss2628, Archival Pigment Print on Mulberry Paper, 100cm x 67cm, 2017
  • ⓒ 고성, 그림자들 헤아리다 지문이 거멓다 oss7543, Archival Pigment Print on Mulberry Paper, 100cm x 67cm, 2018,
  • ⓒ 고성, 그림자들 헤아리다 지문이 거멓다 oss8140, Archival Pigment Print on Mulberry Paper, 100cm x 67cm, 2018
  • ⓒ 고성, 그림자들 헤아리다 지문이 거멓다oss2395, Archival Pigment Print on Mulberry Paper, 150cm x 100cm, 2017
  • ⓒ 김승구, 밤섬 001, Pigment Print, 40cm x 50cm, 2011
  • ⓒ 김승구, 밤섬 090, Pigment Print, 80cm x 100cm, 2018
  • ⓒ 김승구, 밤섬 100,  Pigment Print, 150cm x 840cm, 2018
  • ⓒ 김승구, 밤섬 105, Pigment Print, 40cm x 50cm, 2018
  • ⓒ 김승구, 밤섬 145, Pigment Print, 40cm x 50cm, 2018
  • ⓒ 정정호, Floating-Body, Archival, Pigment Print, 100x80cm,  2018
  • ⓒ 정정호, Meaningless Tower, Archival Pigment Print, 138x110cm, 2018
  • ⓒ 정정호, Phobia,  Archival Pigment Print, 80x100cm, 2018
  • ⓒ 정정호, Standing with 3 feet, Archival Pigment Print,  80x100cm, 2018
  • ⓒ 정정호, Summertime in 1952, Archival Pigment Print,  138x110cm, 2018

 

고성

<작가노트>

 

그림자들 헤아리다 지문이 거멓다

 

들리던 것들이 들리지 않았다. 들러붙던 것들이 들러붙지 않았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사라 졌다. 내려다보이는 곳은 전보다 가라앉아 보였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남긴 자국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조금 슬퍼졌다. 올려다보아도 보일 리 없는 곳으로 사라진 그들이 자꾸 떠올랐고 떠오른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들을 위하여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내가 당시 할 수 있는 것은 계속하여 사라지고 드러나는 것들과 마주하고 바라보며 남기는 일이었다. 무엇이라 부르면 사그라지는 그것들은 희미 했고, 그것들은 어두울 때 선명 해지기도 했으며 선명해진 것들은 밝아져 희미해지기도 했다. 내가 다가간다고 가까워지는 것도 아니었고 떨어진다고 멀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줄곧 닿아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들은 어쩌면 처음부터 간 적도 온 적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왠지 나와 마주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찾는다고 보이는 것은 아니나 보이지 않는다고 못 찾을 것도 아닐 그들, 그들은 당신과 마 주하길 이미 기다려 왔는지도 모른다. 내가 당신을 그러하는 것처럼.


고 성

<약력>

학력

 2012  프랫인스티튜트 순수예술 석사, 뉴욕, 미국


개인전

2019  그림자들 헤아리다 지문이 거멓다, KT&G 상상마당 갤러리, 서울

2016  Walls and Wells, 엔꾸엔뜨로스 아비에토스 페스티벌 드 라 루즈,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
2014 
At the End of Winter블루 스카이 갤러리, 포틀랜드, 미국

 

단체전

2019  《Reboot: 평창 아카이브 프로젝트》, 평창, 강원도 

          《Photo London》, 서머셋 하우스, 런던, 영국

​2018  《In The Beginning: Of Species》, 미국 순수예술 사진센터, 콜로라도, 미국 

          《Small Works Baruch 2018》, 미시킨 갤러리, 뉴욕, 미국

2016  《Der Greif A Process 2.0》, 포토먼스 페스티벌, 크라쿠프, 폴란드 

           《FOCUS photo l.a》, 로스앤젤레스, 미국 

2015  《Flash Forward 2015》, 마젠타 파운데이션, 디비젼 갤러리, 토론토, 캐나다 

           《In the Mood: Photography and the Everyday》, 라번 대학교, 캘리포니아, 미국 

           《Photography Award》 포토북 멜번 페스티벌, 멜번, 호주 

2014  Hunting+Gathering, 뉴 멕시코 미술관, 뉴 멕시코, 미국

           PMA Photography Portfolio 2014, 필라델피아미술관, 필라델피아미국

           Self-Published Photobooks, 피닉스 미술관, 아리조나, 미국  

           Scrutiny After The Glimpse, 해거티 미술관, 밀워키, 미국  

2013  The Kids Are All Right, 에디슨 아메리칸 아트 갤러리, 앤도버, 미국 

           The Kids Are All Right, 위더스푼 아트 뮤지엄, 노스 캐롤라이나, 미국 

           Mapping: Borders Bodies Memories, 필터 포토 페스티벌, 시카고, 미국 

           Center Forward 2013, 콜로라도예술사진센터, 콜로라도, 미국
           
Lotus Photography Summer Group Show, hpgrp 갤러리, 첼시, 뉴욕, 미국
           
Photo Annual Awards, 프라하, 체코 
           
Annual Contemporary Photography Exhibition,필라델피아사진센터, 필라델피아,미국
           
Woods, Breath, 닻 미술관, 경기도, 한국 

2012   The Kids Are All Right, 존 마이클 쾰러 아트센터, 위스콘신, 미국 

           Looking at Ourselves: Portraits featured on Lenscratch, 과테포토페스티벌, 과테말라 

           DIY: Photographers & Books, Book Exhibition, 클리블랜드 미술관, 클리블랜드, 미국
           
Center Forward 2012미국 순수사진 예술센터, 콜로라도, 미국
           
Arles Photography Open Salon, 위 갤러리, 아를, 프랑스  

           Unbreakable, 한국 문화원, 뉴욕, 미국

2011  Chelsea International Fine Art Competition, 아고라 갤러리, 뉴욕, 미국 

  《National Photography Competition, 뉴욕 카메라 클럽, 뉴욕, 미국

 

수상 및 선정

2019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 선정, 한국

2018  KT&G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지원 프로그램 올해의 작가, 한국

2015  Flash Forward 2015, 마젠타재단, 캐나다

2014  여성위원회 사진상, 필라델피아 미술관, 미국

2011  Photography Book Now, Photo Book Competition, 블러브, 미국

 

레지던시

2017  토지 문화관, 토지문화재단, 원주, 한국

2012  토지 문화원, 토지문화재단, 원주, 한국

 


작품 소장

아르헨티나 국립미술관, 아르헨티나

필라델피아 미술관, 미국

포틀랜드 미술관, 미국

뉴멕시코 미술관, 미국

해거티 미술관, 미국

미국 순수사진 예술센터, 미국

KT&G 상상마당, 한국

닻 미술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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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구 



<작가노트>


밤 섬


‘돌격 건설’이라는 기치를 걸고 자행된 여의도 개발 사업에 의해 밤섬에 살던 400여 명의 주민들은 강제 이주되었고, 1968 2월 마을은 폭파되어 윤중제 공사를 위한 골재를 제공한 뒤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갔다. 소수와 약자의 희생이 국가 발전의 자양분이 되는 모순적 구조는 독재 시대이던 당시에는 당연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그 후 5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밤섬은 사람의 출입이 통제된 채 자연 복원되어 2012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었다. 이 지역은 의도치 않게 도시의 한 가운데 남겨진, 개발독재와 압축성장의 그늘인 셈이다.

 

서울에 살면서 어린 시절부터 밤섬을 봐온 나는,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감각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써 이곳이 궁금했다. 이 묵은 궁금증 때문에, 어느 날부턴가 나는 서강대교 인근에서 식사를 하고, 그 주변을 산책하며 서성거렸다. 이후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서울시로부터 촬영 허가를 받았고, ‘인간이 파괴하고, 자연이 복원한 섬’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표현을 고민했으며 최종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치열하게 몸부림치며 폐허 속에서 돋아나, 바람과 물결 맞으며 서서히 구축한 ‘비정형의 역동성’, 그 ‘야생의 법칙’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2011년부터 배를 타고 들어가 무질서한 자연과 저 멀리 작은 도시를 보고 있으면, 우리가 평소 떠올리지 않는 ‘문명 이전 혹은 인류 이후’를 상상하게 된다. 어느 책에서 ‘도시는 인간의 파괴적 활동의 결과이고, 우리는 언젠가 멸종한다. 멸종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밤섬은 도시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역사적 사건에 의해 문명의 바깥으로 밀려난 거친 우리 현대사의 단면인 동시에, 인류의 과거에 대한 증거이고 미래에 대한 전망이다.

 

​김승구

 

<약력> 

 

 

학력

2012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전문사 졸업

2007  상명대학교 사진학과 졸업

 

개인전

2019 Better Days, 더 코리아 소사이어티, 뉴욕, 미국

          Better Days, 필터 스페이스, 시카고, 미국 

          《밤섬》, KT&G상상마당, 서울

2018 A Day Trip, 아트비트 갤러리, 서울

2017 Better Days, 송은 수장고: 화이트 큐브, 서울

          《유리의 성》, BMW Photo Space, 부산

2016  《꿈에 그린》, 탈영역 우정국, 서울

2015  《풍경의 목록》, 송은아트큐브, 서울

 

단체전

2019  Beyond Boundaries, 아퍼처 갤러리, 뉴욕, 미국

           Format Photography Festival, 쿼드, 더비, 영국

           Greetings from South Korea, 쓰리 섀도 포토그라피 아트센터, 북경, 중국

           Photo London, 서머셋 하우스, 런던, 영국

           PhotoIreland Festival, 아일랜드 현대 사진 미술관, 더블린, 영국

           Aint-Bad: Collaborations, 레이니 현대미술관, 사바나, 미국

           Need/Want, 72 갤러리, 도쿄, 일본

           Need/Want, 더 유피아이 갤러리, 뉴욕, 미국

           Belfast Photo Festival, 벨파스트, 영국

           Wonder Foto Day, No. 3, 4 웨어하우스, 타이페이, 대만

           Helsinki Photo Festival, 떼우라스따모, 헬싱키, 핀란드

 2018  Ring Ring Belt, 돈의문 박물관, 서울

            Jimei X Arles Photo Festival, 샤먼, 중국
            
《역할극: 신화 다시쓰기》, 대구사진비엔날레, 대구

2017   《경기 아트 프리즘 2017, 경기도 미술관, 경기

2016   50x50, 아트선재, 서울

2015   《기쁜 우리 좋은 날》,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서울

            Summer Love, 송은아트스페이스, 서울
            
The Twinkle World, 엑스코, 대구


수상 및 선정

2019 Ten by Ten, 포토페스트, 휴스턴, 미국

          Grand Prix Winner, Tokyo International Photography, 도쿄, 일본

          Ones to Watch, British Journal of Photography, 런던, 영국

          해외기관 초청, 협력 전시지원 기금, 예술경영지원센터

2018  11 KT&G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지원프로그램 올해의 최종 작가

          필터스페이스 전시작가, Filter Space, 시카고, 미국

2018  Art Photography Awards-Finalist, 렌즈컬처, 네덜란드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 전시작가, 서울문화재단

2016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 전시작가, 서울문화재단

2014 송은아트큐브 전시 지원 선정, 송은문화재단, 서울

 

작품 소장

2019 KT&G 상상마당, 한국

2018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한국

2017 경기도미술관, 한국

2017 고은사진미술관, 한국

2010 동강사진박물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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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호 


<작가노트>

Coincidence

나의 할아버지는 전쟁 노무자였다. 국가의 부름에 응답해 총도 없이 지게를 메고 전쟁 물품을 날라야 했던, 민간인도 군인도 아니었던 사람. 미군들은 그들을 가리켜 지게부대(A Frame Army)라고 불렀다.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전사라고 표현하셨지만 사실 그는 전쟁 통에 죽었으나 싸우다 돌아가신 것은 아니었다.  나는 할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리서치를 위해 방문한 한 섬에서 갯벌에 갇히는 일을 겪었고, 작업은 그 경험에서 출발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느낀 감정을 할아버지의 상황에 대입했고 이를 사진으로 촬영했다

할아버지는 철의 삼각지대라고 불리는 금화지구에서 돌아가셨다. 눈앞에 있지만 통제구역인 탓에 발 디딜 수 없는 곳이다. 할아버지라는 존재도 마치 닿을 수 없는 비밀 같았다. 어렸던 아버지의 몇몇 기억 외에는 할아버지 개인의 삶을 재구성할 정보가 거의 없었다. 관련 기관에 문의해봤지만, 할아버지는 전쟁 통에 돌아가신 수많은 사람 중 한 분에 불과했고 다른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 국방부에서 편찬한 노무자와 관련된 논문과 전쟁 당시 미국의 기밀문서, 미군이 촬영해 기록으로 남긴 내셔널 아카이브의 사진 등을 통해 그때 벌어진 상황을 가늠해보고자 했다. 할아버지 개인이 아닌 노무자라는 사회적 존재에 관한 아주 미약한 정보로나마 한 개인의 삶을 재구성해 나갔다

그리고 할아버지를 기리는 나만의 의식을 치렀다. 할아버지, 혹은 노무자의 흔적을 쫓으며 찾은 재료들을 모았다. 미군의 폭격장으로 쓰인 곳에서 수집된 탄피,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모든 것을 목격한 채 묵묵히 침식해가는 바위 조각, 외딴곳에서 썩고 있는 나뭇가지, 총 대신 등에 멘 노무자의 지게 등 할아버지를 기억할 만한 물건을 줍고 오브제를 만들었다. 그것을 줍고 쌓고 만들고 찍는 과정은 잊힌 존재인 할아버지를 다시 현실로 호명해내고 전쟁이란 큰 역사에 묻힌 개인의 작은 역사를 다시 살려내는 일이었다이 작업은 내 가족과 나의 삶에 내내 부재했던 할아버지를, 기껏 스물 남짓에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간 한 사람의 삶을 기리는 작은 추모이자 행위이다 

 

정정호


<약력>

학력

2013 홍익대학교 사진학과 졸업
2009
건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개인전

2019 Leica x 정정호: 쿠바,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서울

          《Archive: Machine, Car and City, 사진위주 류가헌, 서울
2016
Architype 7017, 갤러리 정미소, 서울
2015
Fragments, 호주 현대 사진센터, 시드니, 호주
          
白의 發話, 사진위주 류가헌, 서울
2014
, 금보성아트센터, 서울
          
, 사이아트 스페이스, 서울
2013
白의 發話, 갤러리 평창동, 서울

 

단체전
2019
회귀본능, 경기창작센터, 안산
          Photo London, 서머셋하우스, 런던, 영국
          멀티 엑세스 4913,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서울
2018
통합 불가능한 개별적 개체들, 경기창작센터,안산
          뉴컬렉션, 사진위주 류가헌, 서울
          적막한 고요와 짙은 해무 사이, 경기창작센터, 안산
          공인되지 않은 담론자들, 경기창작센터, 안산
2017
작업의 목적, 예술지구 P, 부산
          Current, 쾨니한 갤러리, 시드니, 호주
          시작을 끝내라, 예술지구 P, 부산
          세계문자심포지아 'Script and Memory', 대우빌딩, 서울
          레시피, 예술지구 P, 부산
          영남문화의 원류를 찾아서 '경주남산', 신세계 갤러리, 대구
2016  
세계문자 심포지아행랑 , 익선동 일대, 서울
          낙원의 고수, 낙원상가, 서울
          금강자연미술 비엔날레; , 태화강 일대, 공주
2015
Current, 호주 머레이 현대미술관, 뉴 사우스 웨일스, 호주
          Re:Pre-sentation Seoul Platform, 문화역서울284, 서울
          FotoFest ‘Mapping Territories’ , NRG 센터, 휴스턴, 미국
          루나포토페스티발, 덕수궁 함녕전, 서울
          FotoBook, La Fabrica, 마드리드, 스페인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지금여기, 서울
          FotoFest ‘International Discoveries V’ , 실버스트리트 스튜디오, 휴스턴, 미국
2014
Five Sense of Iran, 이란예술위원회, 테헤란, 이란

 

수상 및 선정
2018 KT&G
상상마당 한국 사진가 지원프로그램 SKOPF 올해의 작가

  

출판
2019
아카이브: 기계, 자동차 그리고 도시, 서울특별시

 

레지던시
2019
경기창작센터, 안산
2018
경기창작센터, 안산
2017
예술지구 P, 부산
2015
보공사운드컬쳐센터, 뉴 사우스웨일즈, 호주
2014
이란 아르코 노마딕 레지던시 프로그램, 테헤란, 이란

 

작품 소장
서울시립미술관, 한국
KT&G
상상마당, 한국

라이카 카메라 코리아, 한국
호주현대사진센터, 호주
보공사운드컬쳐센터, 호주
이란예술위원회, 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