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사진미술관 연례 기획 <부산 참견錄> 2014의 선정작가는 온몸으로 사진을 찍는 열정적인 사진가 최광호이다. <부산 참견錄>은 매년 한국의 중견사진가들 중 한 명을 선정하여 부산의 역사성과 지역성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기록하도록 지원하고, 그 결과물을 전시로 선보이는 10년 장기 프로젝트이다. 지난해 강홍구에 이어 두 번째로 선정된 최광호는 2013년부터 부산의 바다와 해안선에 주목하여 꾸준히 작업해왔다. 동북의 기장 월내에서 남서의 가덕도에 이르기까지 쉬지 않고 걷고 온몸으로 부딪치면서 그가 포착한 부산은 경계의 이미지였다. 바다와 땅이 만나는 경계, 자연과 역사가 만나는 경계 그리고 낯선 타자인 최광호와 부산이 만나는 경계. 최광호의 <해안선, 숨의 풍경>은 이러한 경계들이 서로 어울리고 부딪치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프로젝트 작업은 작가가 자신의 작업에 대한 개념 설정을 우선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획 의도에 따른 명확한 개념 설정이 깊이 있는 텍스트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최광호는 이와 달리 현장의 살아서 펄떡거리는 순간순간을 자신의 직관을 통해 생생하게 포착한다. 그에게 사진은 곧 삶이다. 다시 말해, 그에게 부산은 대상화의 존재가 아니라, 삶 속에서 치열하게 사진으로 만나게 되는 생명 그 자체이다. 부산이라는 장소에 있었던 최광호의 날카로운 직관과 관찰력이 빚어낸 그의 사진들이 의미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는 사진으로 산다는 것 아니 살아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신의 삶과 사진작품을 통해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아무런 기준점이나 설정 없이 사진을 찍은 것은 아니다. 최광호의 해안선 작업은 1996년 동신대학교 학생들과 동북단에서 남해안 그리고 서해안까지 이르는 바닷길을 걸으며 한국의 역사와 현실을 사진으로 사색했던 작업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자신이 서있는 이 곳을 인식하며 저 너머를 상상하던 초창기 해안선 작업은 익숙하지 않은 장소인 부산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숨쉬듯 찍은 사진들로 진화했다. 주의 깊은 관찰을 통해 부산의 일상과 내면을 시각화한 그의 사진들은 뜨거우면서도 감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 그는 부산을 아름답게 묘사하거나 환상적으로 재현하려 하지 않으며, 객관적으로 보여주려 애쓰지도 않는다. 그는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부산의 모습일 수밖에 없는 풍경을 사진으로 살아가는 자신만의 방식을 통해 드러낸다.
최광호는 다양한 접근과 형식을 접목하여 창의적인 사진을 만들었다. 그래서 <해안선, 숨의 풍경>은 이러한 최광호만의 스타일이 부각될 수 있도록 총 세 섹션으로 나뉘어 구성된다. 첫 번째 섹션은 최광호의 사진-행위와 부산 바다의 샤머니즘적 요소가 결합된 “근원”을 광호타입, 포토그램으로 보여준다. “근원”에서는 부산과 부산 사람들의 민초성을 부각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 두 번째 섹션은 최광호가 국경일에 촬영한 사진을 중심으로 구성된 “역사성”이다. 이 섹션은 임진왜란과 개항, 한국전쟁을 겪은 부산의 근현대사를 ‘사진 위로 걷는’ 최광호의 프린트로 보여준다. 세 번째 섹션은 부산의 바다와 해안선을 통해 사진가 최광호를 만나고 부산 사람을 만나는 “정체성”이다. 여기에서는 부산 바다의 물성을 사진적으로 드러낸 포토그램과 최광호의 셀프, 거울로 자신을 비추는 부산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부산의 지도에 그림을 그린 작업이 제시된다. 최광호는 자신의 몸을 통한 감각적 지도그리기로 부산을 재발견했다.
이번 전시에는 “사진은 몸이 기억하는 언어”라고 말하는 최광호의 사진 스타일이 집약되어 있다. 이는 부산이라는 타자에 대한 자각과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이 사진적 행위로 이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광호에게 포토그램은 단순한 형식을 넘어선다. 관찰자로서 거리를 두고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몸과 카메라가 하나가 되어 낯선 장소인 부산과 일체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 우리는 계획과 우연이 절묘하게 빚어내는 순간을 통해 부산 특유의 강인한 생명력과 에너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부산을 바라보는 최광호의 진심 어린 애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은 한국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겪어낸 도시이다. 그리고 가장 먼저 사진을 받아들인 곳이자 세계로 열려 있는 관문으로서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다채롭고 활기찬 도시이다. 고은사진미술관의 연례기획 <부산 참견錄>을 통해 한국 중견사진가들이 찾아낸 다양한 부산의 모습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한국 사진계의 성과로 남을 것이며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데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제목입니다
ⓒ최광호, 가덕도, Digital C-Print, 50x76cm, 2013
ⓒ최광호, 대변, Gelatin Silver Print, 245x127cm, 2013
ⓒ최광호, 황령산, Gelatin Silver Print, 127x237cm, 2013
ⓒ최광호, 해운대, Gelatin Silver Print, 60x50cm, 2013
ⓒ최광호, 영도 해양대학교, Gelatin Silver Print, 60x50cm, 2013
ⓒ최광호, 광안대교, Digital C-Print, 50x76cm, 2013
ⓒ최광호, 가덕도 외양포, Digital C-Print, 50x76cm, 2013
ⓒ최광호, 가덕도 외양포, Digital C-Print, 50x76cm, 2013
ⓒ최광호, 오륙도, Digital C-Print, 50x76cm, 2013
ⓒ최광호, 가덕도 외양포, Digital C-Print, 50x76cm, 2013
ⓒ최광호, 송정, Digital C-Print, 50x76cm, 2013
최광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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