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디지털 시대 사진의 특징은 인공적 연출을 넘어 지시대상 자체의 제작과 변형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기술의 변화는 실재와 가상 사이에 지시대상 없이 생산되는 사진을 만들어내었고 ‘있는 그대로를 재현’하는 사진의 근본적 명제를 흔들었다. 이렇듯 현대의 사진은 과거와는 다른 방향성을 모색하며 기존 사진의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고은사진미술관 본관에서는 이러한 의문들에 대안으로 김희정, 배찬효, 데비 한 의 ‘사진, 시선의 현대성’展을 준비 하였다. 이 세 명의 작가는 인공적으로 제작된 이미지들을 통해 기존의 역사적, 문화적 이데올로기가 요구한 정체성들의 허구성을 비틀고 자신들의 개별적 역사를 통한 새로운 정체성을 제시한다.
‘김희정’의 ‘Pink & White’시리즈는 여성에게 부과된 색의 이데올로기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적인 색으로 여겨지는 핑크와 하얀색은 여성의 순수함과 부드러움과 소녀다움,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이러한 일련의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남성의 성적 판타지적 이미지들은 사회구조에 의해 우리에게 무의식적으로 습득된 것들이다. ‘Pink & White’에서 작가는 여성으로 상징되는 물체에 하얀색을 덧입힌다. 이 하얀색은, 여성 본연의 모습에 순결과 희생의 이미지를 덧입히는 것으로 인위적 문화코드이며 실제가 아닌 강요된 아름다움과 여성성임을 암시한다. 이 시리즈는 핑크와 하얀색 표면의 기만적 아름다움에 대한 ‘색의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오브젝트를 통해 은유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자란 ‘데비 한’은 한국문화 속에서 서양문화를 기준으로 한 획일화된 미의 이데올로기에 관심을 가진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Graces series"는 ‘미인’의 상징인 고대 그리스 비너스의 두상과 한국 여성들의 현실적인 몸을 기호로 끌어들인 미에 대한 새로운 정체성에 대한 작업이다. 그녀는 평범한 여성들의 몸을 촬영한 후 섬세한 디지털 작업을 거쳐 피부 질감을 대리석 조각처럼 매끄럽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여신’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한국여성의 몸매를 지니고 있으며, 작가는 ‘여신’들의 몸짓을 통해 서구와 구별되는 아시아의 문화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동양여성의 몸체와 서구 고전여신들의 얼굴을 합일한 모순적 형상은 궁극적으로 현실과 이상, 과거와 현재, 그리고 동서양이 공존하는 암시적인 존재로 나타난다. "Graces series" 와 함께 선보이는 “Goddess of World”역시도 서양의 조각상과 한국적 미디어 인 옷 칠과 자개, 그리고 청자와 백자를 접목함으로써 동서양의 모순된 공존을 통하여 진정한 미에 대하여 묻고 있다.
한국에서 사진학을 공부한 뒤 영국으로 유학을 간 배찬효는 서양 사회 속 동양 남자에 대한 편견으로 소외감과 정체성의 혼란을 겪은 바 있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경험 속에서 서양 백인 중심의 제국주의적 우월감을 위해 구축한 문화이데올로기인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Existing in Costume’ 시리즈는 이러한 편견적 관념이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서양의 초상화들 중에서 ‘대영제국’의 권력을 보여주는 여성 귀족의 복장을 작가가 재현한 것이다. 재현을 통해 작가 스스로가 서양문화를 참견하게 되고 이러한 끼어들기는 동양인 남자의 ‘소외감과 편견’, 그리고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함이다. 이후 배찬효는 서양에서의 ‘소외감과 편견’이 서구문화의 모든 곳에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서양동화 패러디 작업인’Fairy Tale Project’를 통해 다시 한번 제기한다. ’Fairy Tale Project’시리즈는 ‘역사가’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역사를 이끌어 내는 ‘역사서술’ 방식과 같이 ‘동화’에서도 ‘역사서술’의 특징을 읽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라푼젤, 등에서 나타나는 왜곡된 이데올로기의 발견은 작가의 재현을 통해 작가가 그 문화 속 깊이 개입 할 수 있는 장치로 작용한 것이다.
김희정, 데비 한, 배찬효의 작업들은 여성의 性과 절대적인 美 또한, 동양인 등 문화 이데올로기가 구축한 정체성들에 대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작가들은 자신의 질문들을 비재현적 기술들을 이용해 유쾌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지각과 인식의 변화를 탐구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 방식들과 이데올로기 속 정체성에 대한 질문들은 디지털 시대 사진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으로도 작용한다. 20세기 예술가들과 미학 이론가들을 사로 잡았던 ‘재현의 도구’인 사진은 디지털 시대에 와서는 그 본질과는 상반되는 ‘비재현적 도구’로써의 역할로 치환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의 이러한 변화는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새롭고 혁신적인 이미지의 세계를 구현해내는 장치로서의 가능성과 비재현적 예술의 또 다른 창의적 매체로써의 기대를 새롭게 쓰고 있는 것이다.
제목입니다
ⓒ데비 한, Two Graces II
ⓒ데비 한, Graces Series-Two Graces Ⅲ, Lightjet Print, 180X160, 2008
ⓒ배찬효, Existing in Costume 1 _ 2006
ⓒ배찬효, Existing in Costume Swan Lake_230x180Cm_C-Print_2009
ⓒ김희정, pink#01,Digital C-print,125x104cm,1999
ⓒ김희정, white#08,Digital C-print,125x104cm,2007
김희정 HeeJung Ki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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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비 한 Debbie Ha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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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찬효 ChanHyo Ba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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