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회 KT&G SKOPF 올해의 작가전

전시평론

고은사진미술관 + KT&G 상상마당

제 12회 KT&G SKOPF 올해의 작가전

작가
김규식, 김효연, 조경재
전시 기간
2020/12/05 - 2021/02/17

논픽쳐 Non Picture


2016년부터 시작한 실험연작은 사진의 투영(projection)과 물질적관계에 대한 실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실험연작 중 가장 최근 작업인 〈논픽쳐〉는 재현 대상도 없고 촬영한 필름도 없지만 빛과 입자가 만들어낸 이미지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다. 이전 작업인 진자운동실험은 운동하는 진자의 진폭을 레이저로 감광한 작업이다. 이 작업은 사진의 형식을 갖추었지만 재현이 아닌 드로잉에 가깝다. 그러나 〈논픽쳐〉는 입자도 있으며 실제의 대상과 공간을 재현한 것으로 보인다. 촬영한 필름 대신에 사용한 고감도의 투명한 필름과 유리판 위에 뿌려진 페인트입자는 실제 촬영된 사진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다.

 

 

이번 작업은 아주 오래된 기술인 조합인화의 방식을 일부 사용하고 있다. 조합인화와 다른 점은 이미지가 없는 필름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모든 이미지는 드로잉 된 조각들을 부분부분 오려내고 그것들을 다시 합쳐서 하나의 형태로 만든다. 인화의 현상과정은 기존의 암실작업과 동일한 방식이다. 그러나 가공된 입자는 보는 이로 하여금 사진의 사실성에 혼란을 야기한다. 실제 사진이 아닌데도 굳이 입자를 만들려는 것은 이전 작업처럼 사진의 재현에 대한 연속성도 있겠지만 사진을 물리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점이 더 큰 이유이다.  암실작업에서 이미지는 노광량의 차이에 의해 생겨나는데 노광량은 필름의 농도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작업에 사용된 필름과 페인트유리판은 이미지가 없다. 인위적으로 사진의 형태를 만들려면 필름과 인화지 사이에 빛을 조절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 사이에 종이를 오려내어 인화지와 (인화지를 누르기 위한)유리 사이에 끼워 넣었다. 그 종이는 빛을 부분만 투과시켜 이미지의 한 부분을 만들어 낸다. 여러 장의 종이를 정밀하게 맞추면 비로서 사진이 되는 것이다. 부분 노광이 합쳐져 하나의 형태가 되려면 빛을 정밀하게 투과시켜야 하므로 옵셋인쇄의 가늠표와 같은 장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인화지, 오려낸 종이, 유리판이 움직이지 않도록 이젤을 제작했다. 또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테이블과 각종 도구들도 필요했다. 작업의 절반은 이러한 도구의 설계와 제작에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다.

 

 

〈논픽쳐〉에서 사진의 재현은 물질적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이 작업은 모두 드로잉 이후에 사진으로 만들어졌다. 드로잉은 눈으로 본 것과 상상한 것들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이 사진도 여전히 무엇을 표현하거나 재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전 작업인 〈추상사진〉작업에서 보여준 것처럼 추상적 형태가 작업의 내용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 작업에서 보여준 실험들은 재현의 과정을 해체하려는 시도가 더 의미 있다. 이 시리즈는 미디어 설치작업을 포함하고 있다. 설치작업에서 맵핑의 시도는 사진에서 말하지 않은 것을 조금 더 드러낸다. 사진도 미디어 파사드처럼 멋진 판타지를 보여준 적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


김규식

 

<감각이상(感覺異常) Abnormal sense> 2018_present

 

외할머니는 히로시마 외곽지역에서 조선인을 상대로 한의원을 하던 집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그리고 열여덟 살이 될 무렵, 일본에 징용되어 가있던 외할아버지를 만났다. 당시 일본 주위 정세는 태평양 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으며 극도로 불안했다. 1944, 외할아버지는 첫아이를 임신한 외할머니를 데리고 바다를 건너 부산으로 피난을 왔다. 가족을 일본에 남겨두고 남편과 부산에서 새로운 삶을 꾸려가던 할머니는 두 번째 아이를 임신 중이던 이듬해에 ‘히로시마에 큰 폭탄이 떨어졌다’ 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사람들은 폭탄 한 번으로 도시의 절반이 사라졌다고 했다. 일본에 살던 가족과 모든 연락은 끊어졌다. 그로부터 28년이 지난 1973, 원폭에서 홀로 살아남은 할머니의 작은 오빠는 부산으로 여동생을 찾아왔다. 후에 사람들은 작은할아버지를 ‘히바쿠샤(Hibakusha/피폭자)’ 라 불렀다. 작은할아버지는 평생 아이를 갖지 않으셨다. 그리고 내 기억 속의 할머니는 여전히 한국말이 조금 서툴렀다.

 

 

2017, 뉴스에서는 핵무기에 대한 자극적인 보도가 연일 넘쳐났다. 하지만 다른 전쟁과는 달랐다. 학교와 사회를 거치는 동안 한국인 원폭 피해에 관한 어떠한 정보도 제대로 접해본 경험이 없었다. 과정이 없는 잔인한 결과였다. 나의 개인적 경험은 특히 그 과정에 속한 사람들과 사건의 종결 후 현재 상황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그들은 전쟁, 식민지, 징용, 이주의 큰 굴레에서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대부분 타의로 생겨난 사람들이었다. 그 간의 작업에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74년 전 바다를 건너 하루에 벌어진 사건은 지금에도, 더 먼 미래의 아이들에게도 불특정하게 대를 이어 불편하고 유효한 영향력을 여전히 행사한다는 사실이었다.

 

 

<감각이상> 작업은 한 가족의 역사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우리의 역사이기도 했다.

 

 

-합천, 한국인 원폭 피해자-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원폭 피해자가 많은 나라이다.

 

 

1945, 원자폭탄 투하 당시 히로시마엔 약 10만여 명의 한국인이 거주했다. 지금까지 피폭사로 잠정 집계된 한국인만 49천 명이 넘는다. 그들은 대부분 징용되었거나 돈을 더 벌 요량에 히로시마로 떠난 이웃 사람들이었다. 당시 징용은 지역별로 이루어졌는데 히로시마로 온 한국 사람들의 80% 정도가 경남지역, 특히 ‘합천’ 에서 왔다. 전쟁이 종결된 후 살아남은 한국인들 중 6000여 명을 제외한 약 43천여 명 정도가 귀향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들-피폭자들은 자연스레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왔다. 현재 합천의 또 다른 이름은 ‘제2의 히로시마’ 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여전히 불안과 축복을 기저로 한 아이들이 매년 태어나고 있다.

 

 

외할머니는 살아생전 단 한 번도 히로시마로 여행을 가지 않았다. 가족들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러나 엄마와 나의 기억 속에는 종종 부엌에서 창 밖을 바라보며 일본 노래를 흥얼거리던 그녀가 있다.



김효연

 

 

작가노트


나는 카메라의 제한된 화각 안에 실제 공간을 추상 회화처럼 보이도록 연출하고 이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한다. 각목, 철판,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 우리가 흔히 접하는 공업재료의 형태, 색채, 질감에 주목하여 이들 재료를 실제 공간 안에서 회화의 붓 터치와 색채처럼 운용한다. 그리고 기존의 기능과 쓰임새에서 탈피한 재료들로 이질적인 공간을 연출하고 뷰파인더 안에 비친 상을 확인한 후 다시 실제 공간을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최종결과물을 도출해낸다.


이번에 보여줄 사진작업은 실제 공간 속에 다양한 재료들을 설치한 후 아날로그 뷰 카메라 또는 중형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물이다. 콜라주나 포토샵을 이용한 작업이 아니라 실제 공간 속에서 카메라 뷰에 맞추어 가면서 촬영한 것으로 어떻게 보면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속의 이미지는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물체들인데 그 물체들은 다양한 방식의 설치를 통해 사진 속에서 그 대상이 가지는 원래의 기능과 형태를 잃어버리고 물질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형태, 색채 등만이 남게 되어 서로 조합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어떻게 보면 추상회화같이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현대 회화처럼 사물이 가진 기호, 정보성을 포기하고 순수한 오브제의 미적 가치만을 중요시한 것이다. 어떠한 재료를 쓸 것인가, 대상이 가지는 색채와 질감은 어떠한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다시 구상하고 재조합 할 것인가가 작업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실체와 가상, 매체의 경계(사진, 설치 그리고 회화), 그리고 추상과 구상이 이 사진의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작업이 시작되면 공간에 펼쳐져 있는 대상들과 카메라 사이에서 본인은 오직 구상의 요소, , , 면 만을 생각한다. 이미 펼쳐진 대상에는 오브제의 순수한 미적 정보들이 들어가 있으며 내가 할 일은 이 것들을 재조합하며 구상하는 것이다.


내게는 무엇을 말하는 보다, 무엇을 하는가가 중요하다. 카메라 뷰를 통하여 오브제를 재 조합하는 과정에서 사진은 애매모호성을 가진 여러 개의 시점으로 변모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어떠한 내용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구상만이 존재하며, 나는 이 과정을 매우 흥미롭게 여긴다. 이러한 작업을 하기 위해선 여러 번 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일단 행하고 그리고 나서 보고, 생각하고 다시 행하고 보고 생각하고… 이런 식으로 계속 반복되면서 즉흥적으로 변화되는 것이 본인작업의 방식이다. 미리 계획한 것이 아니라 행하고 보고 생각하면서 모든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나에게는 행한 것을 다시 반복적으로 본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간과 카메라 사이에 물건들을 여러 방법으로 배치하면서 생겨날 수 있는 서로 다른 형상화와 시각적 의미들을 억압하지 않고 내가 오브제를 마음대로 조합한 것처럼 관람객 역시 내 작업을 통해 사진 속 조형들을 자유롭게 재조합할 수 있길 바란다.


조경재

 

TOP
유튜브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