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igin] 근원

전시평론

고은사진미술관 기획전

[The Origin] 근원

작가
오상조, 이완교, 이종만, 한정식
전시 기간
2012/12/08 - 2013/02/21


우리들의 취지

오늘날 우리 한국 사진계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이다.
사진이 미술계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고 표면상 사진이 전체 시각 매체에 인용되고 있음이 사실이기는 하다. 그러나 내용면에서 순수한 사진, 사진다운 사진은 사실상 질식 상태라 해도 좋을 정도로 위축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디지털 사진이 몰려올 때부터 예감되던 현상이기는 했지만 그것이 도를 지나쳐 우려스러운 것이다.

디지털 사진이 사진의 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자연 발생적인 현상이요, 미래 지향적 사진의 한 방법론이 될 수 있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쏠림 현상인 것이다. 사진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해 가며 고민을 해야 할 청년 작가들이 별 문제의식 없이 디지털로 일방적으로 쏠리고 있음은 그들 개개인의 장래만이 아니라 그것이 그대로 한국 사진의 미래를 예고하는 것이어서 더 염려스러운 일이다.
그뿐 아니라 디지털 사진이 우리나라에 등장하기 시작한 지 이미 20년이 넘었다. 자극적인 것은 그 자극성으로 해서 등장할 때엔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오지만 그 자극성이 약화되면 싫증을 일으키기도 쉬운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그 지루한 되풀이는 자극성의 소멸과 함께 전통적 사진의 고루함보다 더 고식적인 염증을 수반한다. 요즈음 우리나라 디지털 사진이 봉착한 문제점이 바로 이것으로, 신선미와 자극성의 시효가 사라진 때문이다.

그 해결책은 역시 사진의 뿌리에서 찾아야 한다. 동시에 단순히 사진다운 사진, 전통성을 회복한 사진만이 아니라 사진의 전통적 맥락 안에서 새로운 방향,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모색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사진성의 회복부터 이루어야 한다.
사진성의 회복이란 사진의 현실로의 복귀를 뜻한다. 모든 예술이 다 그렇다고는 해도 사진만큼 현실성이 핵을 이루는 예술은 없다. 현실을 떠난 사진은 회화일 수는 있어도 사진일 수는 없다. 디지털 사진도 함께 키워나가야 할 사진적 방법론의 하나이기는 하다. 문제는 그것이 사진의 정체성에서 갈수록 벗어나 돌아올 줄 모른다는 데 있다. 사진은 사진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늘 제기되어 왔지만 이러한 사진적 정체성은 그것이 사진이기 때문에 지켜져야 할 최후의 보루인 것이다. 한국의 세계화가 자기 정체성을 버리고 외세에 추종하는 것이 아니듯, 사진의 미래 역시 사진의 정체성 속에서 찾아져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사진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미래 지향적 사진을 향하여 여기 모였다. 침체한 사진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운동을 시작하고자 한다. 우리들의 이 운동은 새로운 사진을 예감하고서의 운동이다. 사진의 정체성을 바탕한 사진이 사진의 중심에 서야 하고, 미래지향적 사진도 이 사진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할 때 당위성을 가진 ‘현대 사진’으로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우리들의 모임이, 그리고 발표한 작품들이 그대로 사진의 미래는 아닐지 몰라도, 그 미래를 맞이하기 위한 맞이물로서 여기 모인 것이다. 사진의 정체성 위에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우리들의 진정을 환영해 주기 바란다.


2012년 12월 
한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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